Above. Kwon Jin‑gyu, Knight (Gisa, 騎士), 1953, andesite, 65 × 64 × 31 cm, stone sculpture, Namseoul Museum of Art, Seoul.
2026년 병오년(丙午年)은 붉은 말의 해입니다. 동아시아의 간지에서 말은 움직임과 확장, 추진력을 상징하며, 붉은색은 오행 중 불(火)의 기운으로 에너지와 열정, 변화의 힘을 의미합니다. 붉은 말은 정체를 깨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상징으로 읽힙니다.
지난 한 해, Curated Columns의 시작에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감사의 마음을 안고, 새로운 한 해에는 광활한 초원을 거침없이 내닫는 말의 기세처럼 망설임 없이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불처럼 선명하고 말처럼 자유로운 시간을 그리며, 각자의 속도로 꾸준히 나아가는 새로운 힘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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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삶과 함께해 온 존재입니다. 동굴 벽화에서 고대의 조각, 회화와 현대미술에 이르기까지 말은 동서양을 가로지르며 반복해서 등장해 왔습니다. 이는 말이 단순한 동물이 아니라, 인간의 이동과 교류, 노동과 전쟁, 그리고 의례를 가능하게 한 존재였기 때문입니다. 말은 인류가 남긴 가장 이른 기록 속에서도 꾸준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각 시대에 표현된 말의 형상에는 당시의 사회와 기술, 그리고 인간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 담겨 있습니다. 표현의 언어는 달랐지만, 서양에서는 말이 역동성과 힘, 권위를 상징해 왔고, 동양에서는 기운과 정신성, 형태 너머의 본질을 드러내는 대상으로 다루어져 왔습니다. Curated Columns 역시 한국의 미를 매개로 동서양의 미감과 조형이 만나는 지점에 관심을 두고, 그 사이를 잇는 작업을 이어가고자 합니다.
Curated Columns에서 조명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말 작품은 권진규 작가의 「기사(騎士)」입니다. 말 위에 올라탄 인물을 다룬 작품이지만, 일반적인 기마상과는 결이 다릅니다. 이 작품에서 말은 탈것이나 도구라기보다, 인물의 내면과 정신성을 함께 드러내는 구조적 기반으로 기능합니다. 말과 기사는 위계적으로 구분되기보다는 서로의 무게를 지탱하며 균형을 이루는 관계에 가깝습니다. 이는 권진규 조각 전반에 흐르는 동양적 조형 감각, 즉 외형보다 기운과 응축된 정신성을 중시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습니다.
Above. Red Jasper Scaraboid. Greek, Classical period, late 5th–early 4th century BCE. Red jasper, height 3.2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Above. Yun Duseo, White Horse beneath a Willow (Yuha Baekmado, 柳下白馬圖), late 18th century, Joseon dynasty. Color on silk, 34.3 × 44.3 cm. Collection of the Yun clan head family, Haenam.
Horses have long moved alongside human history. From the earliest cave walls to ancient sculpture and contemporary practice, their forms recur across cultures and centuries. Western traditions have often aligned the horse with movement, power, and authority, each era shaping the figure in its own image. In the East, the horse has embodied vitality and inner force, suggesting a presence that extends beyond visible form.
Columns turns to Knight (Gisa, 騎士) by Kwon Jin-kyu as a defining image of the horse. Although the sculpture presents a mounted figure, it moves away from the conventions of the traditional equestrian statue. The horse does not serve merely as a means of transport, but operates as a formal foundation that shapes the presence of the rider. Rather than establishing hierarchy, horse and rider share weight and tension, arriving at a state of quiet equilibrium.